2명 중 1명, 비싼 비급여 진료 택하거나 포기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5%가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절반에 가까운 1.4%는 진료를 받지 않고 있다.

또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는 30%가 채 되지 않아 훨씬 비싸게 돈을 주고 비급여 진료를 받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최근 발표한 ‘우울증 환자 현황’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2003년 39만5457명, 2007년 52만5466명으로 매년 늘어나 지난 5년간 32.9%가 증가했다. 이에 대한 진료비도 2003년 968억원, 지난해 1631억원으로 68.4% 증가했다.

이처럼 우울증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은 여전히 많다. 대부분의 경우 진료 기록이 남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의원이나 심리상담소로 몰리고 있다.


◇ 사회적 편견, 우울증 치료 ‘장벽’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일종의 ‘정신적 감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고혈압처럼 약물 등으로 치료하면 회복 가능한 병인데도 ‘정신병’이란 사회적 편견이 남아있는 것이다. 병원 신경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에 진료 기록이 남는다. 때문에 환자들은 향후 취업이나 사회 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일부 생명보험사에선 정신과 질병기록이 남아있을 경우 가입 자체를 꺼려한다. 또한 우울증 치료 전력 등을 좋지 않게 받아들이는 풍조가 있어 취업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보험사에선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람을 가입시키지 않거나 가입하더라도 정신질환에 관련된 보험 지급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약만 받고 복용을 하지 않아도 국민건강보험기록엔 남아있어 가입이 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의대 신경정신과 박기창 교수는 “가벼운 우울증이라 해도 조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심한 우울증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병 항목에 대해서만 보상을 안해주는 등의 유연성이 필요한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과학회에서도 보험회사들과 공청회를 하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해오름한의원 노도식 원장도 “실제로 드러나는 문제는 보험가입과 직장에서의 불이익에 있다”며 “외국에선 헐리웃 스타들이 우울증 치료제를 영양제 먹듯 먹지만 우리나라에선 우울증을 마치 심한 정신병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자들은 진료 기록이 남지 않는 한의원이나 심리상담소를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기관들의 경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민건강보험 급여대상인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대부분의 치료비가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본인부담은 20~30%로 줄어든다.

 반면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최대 3~4배까지 진료비가 비싸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로 인해 환자들이 우울증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 급여 vs 비급여, 제도 개선 필요해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는 가격의 차이가 있지만 치료의 질적인 면에선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정신과의 경우 세계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크게 삼환계 항우울제(TCAS),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모노아민산화효소 저해제(MAO inhibitors) 등 3가지 종류가 있다.

 이처럼 우울증 치료제는 대부분 건보공단에 급여 등재돼 신경정신과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박기창 교수는 “전반적인 우울증치료엔 약이 중요하다”며 “전문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해 배우고 경험한 정신과 전문의가 심평원에 등재된 약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비급여 진료인 한의원과 심리상담소는 심리치료를 주로 한다. 한의원의 경우 침을 사용하는 치료는 급여 대상이지만 비급여인 심리치료와 병행해 진료한다.

 노도식 원장은 “한의원에서도 한약을 쓰지만 약이나 외부적인 자극의 치료는 한계가 있다”며 “우울증은 몸과 마음의 통합적 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고 1개월~3개월로 치료기간을 단축시킨다”고 강조했다.


 한 심리상담소 관계자는 “종합심리평가, 미술치료 등의 심리치료를 통해 우울증의 원인을 찾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진국의 경우 정신과 방문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우울증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부 국가는 정신질환 심리치료 부분이 보험에 적용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정신과 진료기록의 유출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이 시급함을 강조,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우울증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 기록이 남지만 개인정보의 외부유출 보안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신과 진료기록으로 인한 보험가입 문제 등과 관련해 현재 법무부에서 보험업법을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교수는 “우울증 치료를 받아 정상적으로 완치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의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며 “편견이나 제도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메디컬투데이에 있습니다.

마이데일리 제휴사 / 메디컬투데이 김록환 기자 (cihura@mdtoday.co.kr)

건강이 보이는 대한민국 대표 의료, 건강 신문 ⓒ 메디컬투데이(www.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