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꼼함' 도 넘치면 病 된다

이전 글에서 우울증을 치료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면 어떤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우울증인 상태이고 또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우울증이 잘 생기는 선행조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우울증이 잘 걸리는 성격유형이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강박적 성격 유형의 사람이다. 강박적 성격이란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털털한 성격의 반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성격을 지닌 사람은 평소 매우 꼼꼼하고, 정확하고, 완벽주의적이고, 매사 철두철미하고, 융통성이 없고, 때로는 결벽증이 있기도 하다.

일을 함에 있어 확인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고,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반복해서 그 일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한다. 자신이 그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멈출 수가 없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 등과 같은 주변 사람들이 무척 힘들어하게 된다. 매사 모든 일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통제하려고 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안심을 하는 강박적인 사람에게 환경적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주어져 도저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면 점차 정신적으로 지쳐가게 되고, 몸도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탈선된 마음, 고쳐먹기 쉽지 않아

항우울제 복용 등 일단 치료부터

이런 상태가 몇 달 이상 지속되면 우리의 뇌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 두뇌가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게 되니 의욕이 사라지고 매사가 귀찮아지고 뭘 해도 재미가 없어지고 움직이기도 싫고 멍해져 집중을 할 수도 없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잠도 안 오고, 머릿속으로는 온갖 원치 않는 걱정들로 가득 차게 된다.

불안과 초조가 심해져 결국에는 이렇게 괴로울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한다. 점점 심해지면, 살아온 과거도 후회스럽고, 현재도 너무 괴로운데, 미래도 희망이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시간이 무척 느리게 가는 것 같아 하루가 일 년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상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신과를 가지는 않으려고 한다. 자신의 의지로 마음만 고쳐먹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쯤 되면 마음을 고쳐먹는 정도로는 턱도 없다. 이미 뇌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는데 어떻게 마음을 고쳐먹겠는가?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다면 이런 상태자체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옛날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지만, 우울증은 정신을 차릴 기회자체를 주지 않는다. 사람이 바보가 아닌 바에야 온갖 종류의 해결책들을 생각을 안 해 봤을 리도 만무할 텐데, 계속 이렇게 저렇게 마음만 달리 먹어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결국 가능하지 않다. 항우울제 약을 먹어서 빨리 뇌기능자체를 정상으로 돌려놓고 난 후 이런 저런 방법들을 취해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성격유형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 하겠다.

                                                                                                김진영 /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