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가면우울증
이모(13,중1)군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경쟁을 이기지 못해 성적이 급락했다. 학업 스트레스는 부모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맞벌이 부부인 부모에게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느냐"는 불평을 쏟아내기 일쑤.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에게만 강한 애착을 보인다. 친한 친구도 없어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이에 비해 최모(17,고2)양은 음식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신장 1m62cm에 몸무게 42kg, 마른체형이지만 "먹으면 바로 살이 찔 것 같아 두렵다"고 한다. 식사 시간에는 혼자 방에 들어가 누워 있고, 배가 고프면 물이나 음료수로 끼니를 대신한다.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 생활에도 흥미를 잃었다.
 서울시 소아청소년 정신보건센터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이군과 최양 같은 사연이 접수된다. 보통 성인들은 우울증이라고 하면 인생에 대한 허무함을 느끼고, 무능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우울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경우를 떠올린다. 아이가 난폭해지거나 등교하기를 꺼리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면 "사춘기니까" "학교에 안 좋은 일이 있나보지"라며 한때의 방황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원익(44)박사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은 성인의 우울증과는 증세에서 차이를 보인다."며 "우울하다고 느끼기 보다는 산만함과 난폭함, 짜증, 반항 등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모와의 대화가 없어지고, 성적이 떨어지거나 친구들에게 폭력을 취두르는 등의 증세를 보인다. 심한 경우에는 술과 담배에 손을 대거나 게임중독, 거식증과 폭식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아이의 행동이 비행인지, 우울증 증세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의 우울증을 이른바 '가면우울증'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가정에서 어떻게 돕나
정신과 전문의 정찬호(43) 박사는 청소년 우울증의 주요 원인을 성적 스트레스와 가정 불화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울증 극복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앞장서 가정에서의 대화법을 바꾸고, 놀이를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관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 솔직한 글쓰기=아이에게 자신의 기분을 마음대로 적어보게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죽고 싶다" "기분이 나쁘다" "짜증난다" 등 솔직한 심정을 적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전황을 할 수 있다.
 2) 다리운동=1990년 미국의학회에서 인정된 우울증 자가치료법 중 하나. 자전거 타기나 러닝머신, 등산 등 다리운동을 하면 허벅지에 있는 구심성 신경이 뇌를 자극시켜 뇌 활성화작용에 효과가 있다.
 3) 대화법 바꾸기=아이가 짜증을 낼 때 "너 왜 자꾸 짜증내?"라고 핀잔을 준다면 일단 대화는 단절된다. "짜증을 부리는 이유가 뭐니"라며 아이의 의사를 물으면 아이는 마음의 문을 점차 열어간다.
 4) 광선요법=아이들과 함께 야외활동을 하며 햇볕을 쏘이는 방법이다. 실제 의학계에서는 100럭스(lux)의 광선상자를 이용해 하루 30분씩 빛을 쏘이게 한다. 외부 활동을 통해 햇볕을 받으면 뇌에서 세로토닌 성분이 분비돼 우울감을 줄여준다.
 5) 스트레스 방출=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펀치볼이나 샌드백 등의 물건을 때리면서 내재된 악감정을 풀면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6) 포옹=부모의 사랑을 전하는 데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스킨십이 효과적이다. 포옹을 통해 상호 교감을 할 수 있고, 진정한 사람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학교, 교사는 어떻게 돕나
 청소년은 하루의 3분의 1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2007년 서울시 자살예방센터가 조사한 '10대 청소년 자살현황'에 따르면 친구와의 불화와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자살한 청소년 비율이 6%에 달했다.
  정신과 전문의 최혜원(44,여)박사는 "교유관계가 좋지 않거나 집단 따돌림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충동심이 강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아이가 이상증세를 보인다면 상담교사와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1) 교사가 인식을 바꿔라=우울증은 당뇨병과 같다. 당뇨병환자가 의지력으로 당을 조절 할 수 없듯이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최 박사는 "상당수 교사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을 의지력이 약한 아이라고 판단해 '정신 차려' '강해져야 한다'는 식으로 다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은 의지나 정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야단치기 전에 '요즘 가장 힘든 점이 뭐니?' '선생님이 어떤 부분을 도와줄까?' 식의 지지 반응이 우울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있다.
 2) 단도직입적인 질문=우울증세가 심각해지면 스스로를 향한 자책과 자기비하가 심해진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항색에게는 오히려 " 너 너무 힘들어 죽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니?"라는 자극적 질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살에 관한 단도직입적인 질문은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립할 수 있게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고 있다는 위안을 우울증을 해결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중알일보 2009. 6. 3 수요일 ; 최석호 기자>>